근로시간 단축해보니 삶이 우아해 졌습니다

[환경방송=이계정 기자]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이라는 애플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업체다.

스타트업 업체 중에서는 몸집도 크고 수익도 높아 ‘큰형’쯤 된다. 김봉진 대표는 2016년부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의 의장을 맡고 있다.

2016년은 2010년에 만들어진 배달의민족이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를 내기 시작한 해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배달업계 최초로 20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고,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 두 명 중 한 명은 이 애플을 이용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 벽에는 곳곳에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 붙어 있다.

사무실이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역 앞에 위치해서 지어진 문구다. 여기에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다.

‘휴가나 퇴근 시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 등이다.

이들이 이런 방법을 공유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고객 만족’과 ‘수익 창출’을 위해서다.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성과 내는 법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일수록 생산성도 높고, 더 큰 성과를 내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 역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우아한형제들’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박세현 실장은 무엇이 ‘행복’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어나갔다고 했다.

“우리 회사가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건 몇 년 됐습니다. 2015년에 월요일 오후 출근 제도를 도입해 주 4.5일 근무를 만들었고,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퇴근 시간을 30분 단축하는 식으로 주 35시간 근무를 완성했습니다. 제도가 다듬어지는 과정도 비슷했습니다. 사람이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를 고민했죠. 결론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때’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죠. 이런 ‘관계와 시간을 선물하자’는 게 근로시간 단축의 동기였습니다.”

‘시간을 선물하자’는 이들의 의지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냈다. 일을 하는 구성원뿐 아니라 구성원의 가족까지 행복을 느끼는 회사를 만들자는 게 이들의 바람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게 어린이날 전날 또는 다음 날 중 하루를 쉴 수 있는 ‘우아한 어린이날’, 배우자가 임신했을 경우 재택근무를 하게 해주는 ‘우아한 아재 근무’, 임신한 직원이 2시간 늦게 출근하고 2시간 빨리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2시간 단축 근무제’, 기념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이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늘 염두에 두는 건,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 조직의 강점이 빠른 결정과 실행인데요. 실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오면 제도를 개선합니다. 이런 유연성이 역으로는 새로운 제도를 즉각 도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하죠.”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 역시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수요일마다 ‘우아한 수다’ 시간을 갖는다. 오전 9시, 임직원이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간에는 부서 회의를 잡지 않는 게 룰이다. 풍성한 대화를 위해 소재는 무기명으로 미리 받는다.
일상다반사와 고민부터 회사에 바라는 점과 개선점까지 다양하다.

“대표와의 대화 자리인데 참여율이 높습니다. 이때 논의된 이야기가 실제로 제도가 되는 경우도 있지요.”

‘우아한형제들’ 역시 초기에는 노동 강도가 높았다. 스타트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문제는 그 후다.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뒤에는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부서 구분도 크게 없었습니다. 인사팀도 이전에는 피플팀이었어요. 말 그대로 사람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맡았죠. 조직이 커지고 직원이 늘어나면서 그에 맞는 제도가 필요했습니다. 제도를 만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비용보다 의지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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