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900m 분화구湖와 어우러진 英문화와 체취담겨

<주젠지코 유람선 선상에서 바라본 영국대사관 별장>
<주젠지코를 항해하는 유람선>

넓은 툇마루에서 바라본 주젠지코의 가을단풍 압권
사토, 조선 인쇄술 서양보다 100년 앞선 논문 수록

[주젠지코(도치기현)=권병창 기자]1896년 日,메이지시대 당시 활약한 英외교관 어니스트 사토(1843~1929)가 주젠지코 호반에 세운 영국대사관 별장은 붉은 가을단풍속에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닛코의 후지(富士)'로 불리는 해발 2,484m 난타이산(男体山) 자락의 주젠지코는 지금으로부터 약 2만년 전 화산폭발의 분화로 물길이 막혀 생긴 자연호수다.

일본 열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호수이자, 25번째로 규모가 큰 곳으로 기록된다.

도치기현 닛코시 주구시 2482의 해발 1,900m 급 분화구 호숫가에 위치한 주젠지코내 대사관 별장은 풍요로운 자연풍광과 피서지로서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기념공원이다.

메이지시대 중기부터 쇼와시대 초기에 걸쳐 주젠지코 호수 주변에는 영국, 이탈리아 등 각국 대사관을 비롯 많은 외국인 별장이 세워져 국제적 피서지로 각광 받았다.

기념공원내 건물은 당시 영국 외교관으로 메이지유신에 큰 영향을 끼친 어니스트 사토의 개인 별장으로 조성돼 이후 대사관 별장으로 오랫동안 사용됐던 모습을 복원한 것이다.

<20여 노트의 항속으로 물살을 가르며 해발 1,900m에 위치한 주젠지코 호반을 질주하는 쾌속정>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880년대 조선에서 건너온 이동인이라는 승려로부터 조선 말까지 배웠다는 것이다.

그 당시 이동인은 조선인으로서는 최초 명치유신 주역들과 교류하며, 동경 주재 서양 외교관들도 만났는데 이 과정에서 사토도 만났다는 것이다.

사토는 조선어를 배웠을 뿐아니라, 실제 조선을 두루 여행하면서 서양인으로는 최초 조선의 서적을 가장 많이 수집하기도 한 것으로 기록된다.

그 서적은 현재 영국 도서관(British Library)에 보관,소장돼 있으며, 논문 ‘사쑤마의 조선 도공’,‘코리아의 인쇄술과 일본의 인쇄서적’이란 논문으로 남겼다.

그는 이때 코리아의 인쇄술이 서양의 구텐베르그 인쇄술보다 무려 100년 이상 앞섰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이르렀다.

<필자가 유람선에 승선하기전 잠시 포즈를 취했다.>

이같은 사토가 사랑한 오코닛코는 풍요로운 자연은 물론 사토의 차남으로 식물학자였던 다케다 히사요시박사, 사토가 일대를 별장으로 택한 이유와 건물 특징을 소개했다.

이 산장에는 이사벨라 버드가 머물기도 한데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산장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아름다움’이 묘사돼 있다.

후일 산장은 영국 대사관의 별장이 되어 지난 2008년부터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사토가 활약한 시대의 영국은 빅토리아 왕조시대로 문화와 예술이 꽃을 피운 황금기, 수공예의 부흥과 산업 디자인을 지향하는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 등이 설명됐다.

내부에는 국제적인 피서지로서 역사와 당시의 영국 문화에 대해 옛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2층의 넓은 툇마루에서는 사토가 사랑했던 주젠지코 호반의 ‘그림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천혜의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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